영화이야기

`박쥐` 박찬욱 감독

에를렌 2009. 5. 2. 19:33

간단한 감상기이나 스포일러 일수도 있으니 원하지 않으신 분은 지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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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감독의 기대작, 복수는 나의것, jsa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송강호, 신하균에다 김옥빈이 가세한 전세계 영화팬들이 기다려온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여전히 친절하지도 않고 상냥하지도 않다. 투박하며, 불쾌하며, 잔인하며 찝찝한 무언가가 있다.

영화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동일화가 되는 김해숙씨가 연기한, 강우의 어머니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든다. 빌어먹을 몸은 굳어 버려서 눈만 움직일 수 있지만 송강호와 김옥빈이 하는 짓거리를 다 본다. 사지는 멀쩡하지만 눈만 멀어서 흡혈귀가 되면 눈도 좋아질거라고 흡혈귀의 피를 구하는 신부와의 대비가 정말 절묘하다.

어쩌면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장 비참한 관객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부러 보여준다. 굳이 마지막까지 데려갈 필요가 없는 환자인데도 데려가서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은 그걸 기대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김해숙과 같은 입장이 되어라, 그리고 저들을 봐라. 저들의 짓거리를 봐라, 내 맘을 이해해라.

어느 순간 일어나서 욕이라도 한번 퍼붓고 죽을 줄 알았는데 잔인하게도 박찬욱감독은 끝까지 살려둔다.

그 신부의 입장에서는 가지고 싶은 시력이었겠지만 김해숙 입장에서는 눈 감고 싶은 나날들이다.

박찬욱 스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 시간 때우기나 데이트용으로는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