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눈물
남자는 3번 운다고 했다.
태어나서, 부모님이 죽을때, 그리고 군대갈 때눈물을 보여야 한다. 만약 그 때 흘리지 않는다면 매정한 놈이라는 소릴 듣게 된다. 참 우습지 않은가? 남자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존재란 말인가?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인가? 아니면 풍부한 감성의 표현인가?
난 이미 많이 울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도 많다.
아주 어릴 적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 많지는 않은 어릴적 기억중에 하나가 바로 그 울었던 기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아버지께 학습지 풀이 안했다고 사정없이 맞았을 때다. 아마 그 이후에는 맞았던 기억은 없다. 그때 생긴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어쩌면 아직도 내 무의식중에는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여러번 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 진학에 대해 부모님과 이야기하다가 울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이라 이제 1년 뒤면 대학교에 가야하는 시점이었다. 고등학교 2년을 지내면서 계속 떨어지는 성적때문에 걱정하시던 부모님이 날 불러 앉혀놓고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떨어진 성적이라 해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에 모국립대 의대에 가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근데 그게 부모님은 참 속상했나 보다. 그런 마음 가짐으로는 어디도 못간다면서 역정을 내시더니 마침내는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셧다. 나도 따라 울었다. 그래서 그럼 1년은 죽은듯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때도 맘껏 울었던 기억이다.
다음은 여자친구와 만나서, 그리고, 그 애가 아파서 앰불런스에 실려가면서, 그리고 헤어질 때... 그렇게 그녀를 위해서 난 세번 울었다. 만나자고 말도 못하고, 헤어지지고 말도 못하고 끙끙 앓은 내 모습이 싫었다.
그리고, 같이 일하던 직장동료가 집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울었다. 다들 문상 가는데 난 못갔다. 아니 가지 않았다. 그냥 사무실에서 울었다. 홀로 남겨진 사무실에서 울었다. 그렇게 일만 하다 아내와 자식들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가버린 현실이 너무 미워서 못갔다. 만약 갔다면 팀장 얼굴에다 대고 욕을 바가지로 하고 뛰쳐나왔을 것 같았다. 그 직장동료가 수술 후 입원실에 병문안 간 적도 있다. 그래서 완쾌가 될때까지 쉬는 줄 알았는데, 팀장이 바쁘다고 불렀나 보다. 위 절제 수술이었는데 3주만에 회사 복귀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남자가 흘리는 눈물은 감상적이지 않다. 남자의 눈물은 서러움의 눈물이요, 외로움의 눈물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슬픈 이야기를 듣거나 슬픈 드라마 영화를 볼 때나 가슴 찡한 논픽션을 볼 때 남자들은 외면하려 한다. 그걸 견뎌내는 것이 남자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뚫고 나가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