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여행 :토론토-워싱턴-뉴욕
여행을 정리하며…
예정된 경로 없이 막무가내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이번 연수기간 중에 가진 어느 여행보다도 알찬 여행이었다. 하루하루 계획을 전날 운전하면서 세웠으니 너무 즉흥적인 여행이지 않은가? 그래도 예정했던 곳은 다 둘러보고 왔다. 그냥 1주일 예상하고 왔었으면 더 많이 돌아볼 수도 있었을텐데, 마음 한구석에 수업을 최대한 적게 빠지고 다녀와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기간을 연장하기는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다. 여행을 가지 않았을 경우에 쓸 돈이 하루에 약 50달러정도면 총 200달러 정도 썼을 텐데 이번 여행 총 경비가 1000cad정도 나왔으니 하루당 250 달러정도 쓴 셈이다. 동반자가 있었다면 더 줄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혼자 떠나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래도 너무 많다.
먼저 간단히 일정을 이야기 해야겠다.
10월 18일 토요일
차를 빌리러 Avis에 가서 차를 받고 나니 11시경이었다. 예약할 때는 304달러라고 존이 이야기 했었는데 차를 받으러 와서 보니까 294달러라고 직원이 이야기 해줬다. 존이 한국계라서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했었는데… 원래 예상은 9시 30분 정도였다. 늦게 일어난 것도 있고 내가 예약한 차가 없어서 차종선택에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다. 처음에 계획한 것은 첫날 무조건 워싱턴으로 가야겠다라고 맘을 먹었다. 차를 받고 바로 401 도로로 올릴려고 yonge st. 로 갔는데 공사중이어서 고속도로에 올리는 데도 30분이상 허비했다. 그리고 407을 잠시 달렸다가 QEW로 갈아 타고 buffalo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생각보다 시간은 짧게 걸렸다. 1시 30분경에 도착했다. 세관통과는 공항과 같은데 짐 검사가 없다. 세관에 줄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다행히 내 이름이 먼저 호명되어서 빨리 마칠 수 있었다. 캐나다로 다시 들어오는 것보다 더 쉽게 끝나지 않았나 싶다. 여기서는 입국신고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세관원이 작성해준다. 참 고맙더만.
세관을 통과하고 나서 버팔로 내의 고속도로를 끝까지 타고 가다가 i90 west로 잠시 갈아 탄 다음에 바로 목적한 219 도로를 탔다. 이 도로로 i70까지 가는 게 주요 route였다. 219로 선택한 이유는 이 도로가 애팔래치아 산맥을 가로지르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이번이 아니면 산맥을 가로지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굳이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이 길을 선택하게 됐다. 이 길은 내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다녀본 길 중에 가장 한국적인 길이었다. 그나마 나지막한 산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한국의 어느 시골 풍경과 다름이 없었다. 가는 중간에 늦은 점심을 먹고 계속 달려서 7시30분경에 i70에 다다를 수 있었다. 중간에 담배가 떨어져 Walmart에 들러서 담배사고, 기름도 넣고 하느라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없으면 차가 못 가는 것을… i70은 toll control high way 다. 다시 말하면 유료 고속도로라는 뜻이다. 첨으로 미국에서 타보는 유료고속도로다. 시스템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똑같다. 먼저 티켓을 받은 다음에 나중에 나갈 때 돈 내는 방식이다. I70이 유료 고속도로에서 무료로 바뀌는 지점에서 워싱턴 방향으로 달리면 됐다. 다행히 이 지점부터는 표지판에 워싱턴이라고 크게 나오고 몇 마일 남았는지도 자주 가리켜준다. I70 다음에 i270으로 바로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가다가 그만 길을 놓쳐서, 그리고 모텔을 찾느라고 1시간 30분정도 허비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거의 도착한 시간이 10시30분 정도 였는데 그나마 거기서 1시간 30분 이상을 허비 했으니. 그래서 할 수 없이 볼티모어-워싱턴 parkway를 타고 가다가 BWL 근처에 hotel촌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쨉싸게 달려서 간신히 ref roof inn에 방을 잡고 들어가니 그때가 1시 30분이었다. 정말 긴 하루였다. 근 900km를 달려왔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길이라 더욱 뿌듯하기도 했다. 중간에 헤멘다고 수십km를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상상하기 힘든 거리라 놀랍기만 하다. 다행히도 모텔에서 워싱턴까지는 1시간 안에 갈수 있는 거리라 내일 느긋하게 가서 구경할 작정으로 여기서 2박을 하기로 했다. 너무 긴 하루였다. 운전하는 것 자체는 너무 편한데 밥 먹기가 힘들어서 나중에는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 어쩜 담배를 넘 많이 펴서???
어찌하였건 지도 하나만 들고 온 것 치고는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네비게이터가 있었다면 훨씬 쉬웠겠지만. 중간에 tourist center에 들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어찌하랴.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을.
둘째 날 느긋하게 일어났다. 어제의 피곤이 있어서인지 빨리 눈이 떠지질 않았다. 아침에 방 청소하는 아줌마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 깨면서 ‘누구세요’라고 크게 외쳤다. 외치고 나서 왜 그렇게도 민망하던지, 솔직히 5주 이상 영어공부한다고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오다니…
그때가 정확히 10시30분이었다. 예상보다 빨리 일어났다. 샤워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가는 길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무작정 워싱턴으로 가기로 했다. I495 도로를 타고 40분 정도 달리니까 워싱턴이라 표지판과 함께 4번 도로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바로 고속도로를 빠져서 달렸다. 넓던 길이 2차선으로 줄어들고 나서 길 정면에 국회의상당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설레고 얼마나 뿌듯하던지… 지도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들어온 길인데 제대로 들어왔으니… 의사당 앞길에는 2시간까지 무료주차가 가능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관광객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만약 이 주차장이 없었다면 또 주차장 찾으러 얼마나 헤메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주차를 시키고 나니 12시였다. 아침도 먹지 못한 상태-아니 아침으로 쿠키 몇 개 주어먹었다.-라 조금 배가 고팠다. 그래도 대충 둘러보고 먹을 걸 찾아보자는 심정에 의사당 앞에 있는 인공호수에서 사진 몇 판 찍었다. 거기에 동상이 서 있었는데 참 크게 만들어 져 있었다. 미국이 강대국이라는 시위라도 하듯이. 의사당은 tv나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다. 오타와에서 봤던 캐나다 의사당과 견주어도 별로 크지 않다. 대신 capital hill이라는 조그마한 언덕 위에 있어서인지 높이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은 조금 들었다. 의사당 안에는 들어갈수 없었다. 의사당 위에서 경찰 둘이서 관광객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학교에서 온 듯 그 앞에서 강의를 하는 팀도 있었다. 의사당 앞 마당에서 링컨 기념관으로 바라본 풍경은 그렇게 워싱턴에서 보고 싶어하던 그 풍경이었다. 의사당에서 시작해서 링컨기념관에서 끝나는 이 세계 정치의 중심을 얼마나 느끼고 싶었던지. 그래서 내가 어제 쉴새 없이 달려오지 않았을까. 의사당과 링컨 기념관 사이에 있는 기념탑은 언제나 워싱턴의 상징이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잘라 온듯한 탑은 계속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회를 구경하고 다시 국회앞의 인공호수에 내려가서 담배를 하나 폈다. 국회와 호수가 같이 보이는 곳에서. 피곤이 싹 달아난다. 막무가내로 달려온 길이지만 예정된 곳에 도착하고 나니 너무 기쁘다.
국회를 지나 기념탑으로 향했다. 중간에 넓은 잔디공원이 펼쳐져 있어서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축구나 미식 축구를 즐기고 옆의 보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주위에 산재해 있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보려고 분주히 다니고 있었다. 폭이 족히 150m는 될 거 같아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돌아다녀도 복잡하게 보이지 않을 거 같다. 기념탑을 향해 걸어가는 중간에 공원 양쪽으로는 그렇게도 유명하다는 미술관,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잠시 지나면서 느낀 건 하루로서는 도저히 제대로 구경할 수 없겠구나, 아! 너무도 시간이 짧구나 라는 한탄이었다.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조그마한 원형 광장에는 성조기가 빼곡히 걸려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기념탑 안에 들어 갈려고 줄을 서고 있었다. 아! 또 시간이 없다. 벌써 시간이 2시를 넘어가고 있다. 할 수 없이 주차를 다시 할려고 열심히 약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정말 넓다. 차를 빼서 기념탑 앞에 주차를 다시 한 후 링컨 기념관으로 향했다. 거리는 기념탑과 의사당의 거리와 거의 같다. 링컨 기념관 앞에는 얕지만 넓은 인공호수가 있다. 근데 오늘은 물이 없다. 영화나 미디어에서 봤을땐 항상 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물이 마른 거지. 미국의 국운이 다 됐나? 링컨 기념관은 미국의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해서 링컨을 이용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용한 재료들은 정말 고급의 대리석이다. 크기도 어마어마 해서 이곳을 짓느라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아마 수억 달라는 들지 않았을까? 하기야 미국인들은 아무리 많은 돈이 들더라도 자기를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링컨 기념관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관광객인가 보다. 링컨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어찌보면 아이러니 일까?
링컨 기념관의 지붕-지붕이라고 해야하나- 옆면에는 미국의 주 이름들이 새겨져 있고 연방에 편입된 년도가 기록되어 있다. 단 2개주, 하와이, 알래스카는 나중에 편입되었다고 기념관 광장의 돌판에 기록되어있다. 여기서 의사당쪽을 바라보면 의사당이 상당히 멀어 보인다. 앞의 인공호수에 물이 말라 있어서 예상만 못했지만 그래도 가슴에 뭔가를 불러 일으키는 광경이다.
기념관 광자의 양쪽에는 퇴역 군인들이 군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아마 베트남전 참전 군인인 듯한 할아버지들이 팔고 있었다. 그들은 강대국 미국을 계속 고집하는 부류일 것이다. 전쟁을 좋아하는 나라의 가장 정상적인 국민일거다. 그 바로 옆에는 베트남 전 추모관이 있다. 추모관이라기는 뭐하고 돌판에 전쟁에서 죽은 미국인들의 이름을 빼곡히 적혀있다. 그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왜 국민들이 추모해야 하는지. 잘못된 전쟁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그런걸 느끼는 건지. 어느 나라에서 미국인이 죽었다는 이유로 전쟁이 만들어 지는 이상한 나라 미국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이젠 말로라도 평화를 외치지 않는 미국을 어찌해야 하는지.
베트남 참전추모관을 지나 핫도그를 하나 샀다. 이제 참을 수 없을 만큼 속이 쓰리다. 아마 4시쯤이다. 잠시 공원의 호수가에 앉아서 핫도그 먹고 담배 하나 피면서 바라본 풍경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이런 나라가 밤이 되면 무법 천국이 된다는게 우습다. 그리고 이런 나라사람이 왜 그리도 전쟁에 열광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거지의 나라 미국이라 모든게 설명이 될까? 의심이 끝이 없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관광코스가 아닌가. 정말 이곳은 전체가 공원이다. 공원의 북쪽끝 즈음에 백악관이 있었다. 백악관 벽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물론 찍었다. 다른 사람 한테 부탁해서 한방 더. 동쪽 문에서 관광객들을 들여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났다. 4시까지만 줄서기가 허용되고 그 이후에는 안 된단다. 이럴 수가 12시간을 달려왔는데. 너무 허탈해서 또 담배 하나를 폈다.
이제 남은 곳은 앨링턴 국립묘지였다. 어쩔 수 없이 차로 향하는 길에 주위 포장마차에서 파는 기념품이 맘에 들어서 앞에서 서성이고 있으니까 주인 아줌마가 한국인이냐고 물어본다. 반가웠다. 특히 가게에서 한국주인을 만나면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으니까 좋다. 그래서 옷 하나랑 티셔츠 하나 사가지고 앨링턴으로 향했다. 바로 강건너에 있어서 가기 쉽겠지 생각했는데 어라 30분이상 주위만 빙글빙글 돌다가 해질녘이 다 돼서 다시 링컨 기념관으로 차를 돌렸다. 강인지 바다인지 모르지만 그 너머로 지는 해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특히 석양에 붉은 빛을 띠는 링컨 기념관과 기념비는 정말 아름다웠다. 앨링턴을 가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타와에서의 석양과 워싱턴에서의 석양을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운아인가? 누구한테도 자랑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었다.
해가 다 지고 난 후에 숙소를 향해 달렸다. 달리다가 출구를 놓쳤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새 차는 공항안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도대체 어디야. 돌려서 나오자마자 첫번째 출구가 호텔촌이었다. 들어가서 짐을 올리고 난 후에 맥도날드에 가서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거리를 사서 호텔에서 먹고 일찍 잤다. 내일 또 운전해야하니까.
9시 30분에 눈을 떴다. 어제 사둔 샐러드로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모텔을 나섰다. 모텔이 왜 그리도 비싼지. 거의 이게 얼마야. 하루에 85 미국달러다. 120 달러정도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뉴욕으로 출발했다. 중간에 볼티모어, 필라델피아를 지나가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I95를 타고 열심히 달렸다. 필라델피아를 지나서 i95를 잠시 놓쳐서 1시간정도 헤맸다. 한번 길을 놓치면 왜그리 찾기 힘든지. 간신히 찾아서 가는 길에 마지막 휴게소인 듯한 곳에서 길도 확인할 겸 잠시 쉬었다. 그때가 2시였다. 내가 원하는 길은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맨하탄에 들어가서 브루클린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서 다시 맨하탄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근데 이 길이 맨하탄 스카이 라인을 보기에는 가장 좋지 않은 길임이 돌아오고 나서야 판명되었다. 다시 갈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I45에서 바라본 뉴욕의 맨하탄은 정말 아름다웠다. 끝이 없이 이어진 마천루를 보면서 왜 그리도 사람들이 뉴욕,뉴욕을 외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이렇게 설레이는 건 첫 해외 출장 이후에는 첨이 아닐까? 워싱턴에 이어서 계속되는 흥분의 연속이다.
일단 i95를 빠져서 들어선 곳은 링컨 터널이다. 통행료도 무지하게 비싸다. 자그마치 8달러. 터널이라 유지비가 많이 들겠구나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비싸다. 터널을 빠지자 마자 우회전 해서 맨하탄의 한 복판으로 차를 몰았다. 좁은 도로를 빠져나와 맨하탄을 종횡으로 달리는 길에 차를 올리니 여기가 바로 맨하탄이구나 라는 느낌이 팍 들었다. 건물들이 너무 높아 해를 볼수 없는 거리, 여기가 맨하탄이다. 북으로 계속 달려 센트럴 파크 안으로 차를 몰았다. 다행히 센터럴 파크 안으로 차도가 나 있어서 쉽게 돌아 볼수 있긴 했는데 사진을 찍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센트럴파크를 빠져나와 7번가를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7번가가 뭘로 유명한지는 몰라도 곳곳에 극장도 있고 백화점도 있는 것 보니 맨하탄의 대로중에 하나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달리는 중에 2층 관광버스가 여러 대 지나가는 걸 보고 나도 저걸 한번 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찌하랴 차를 몰고 있는 것을. 7번가를 한참 달려 맨하탄 남쪽에 다다를 무렵 브루클린 다리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재빨리 차를 돌렸다. 이 다리를 건너거나 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으니. 예상보다 짧았지만 역사의 다리를 차를 몰고 건널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했다. 걸어서 건널 시간만 주어졌더라면, 하루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자유의 여신상과 ground zero까지 다 보고 올라갈수 있을 텐데. 차 예약을 하루만 더 길게 했더라면. 왜 여기서까지 수업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맨하탄의 스카이 라인을 제대로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브루클린을 쭉 돌아 다리라고 생각한 곳에 다다랐을 때 그게 다리가 아니라 터널이라는 걸 알고 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시간도 해질무렵에 맞춰서 갔는데 터널이라니. 울고 싶었다. 4달러를 내고 터널을 지나가서 나온곳은 맨하탄의 서남단이다. 바로 맨하탄 고층빌딩 숲으로 들어와 버린셈이다. 이 길이 맨하탄 파크웨이로 연결되어있어서 무작정 달렸다. 조지워싱턴 다리가 나올 때 까지. 달리는 길에 뉴저지의 스카이라인과 석양을 즐겼다. 나름대로 운치있는 풍경이었다. 조지 워싱턴 다리에 다다를 즘에 해가 완전히 졌다. 이제 뉴욕을 빠져 위로 달리는 길밖에 없다. 너무 아쉽다. 왜 시간이 없는 걸까 그냥 하루 더 있지 못했을까. 하루 더 있으면 다 볼수 있는데. 자유의 여신상, ground zero, 맨하탄의 마천루, 야경을 다 볼 수 있는데. 역시나 4일은 너무 짧음을 실감하고 차를 하염없이 몰았다. 북으로 북으로.
80번을 잠시 타다가 287로 갈아타고 마침내 목적한 도로인 87번을 타고 계속 달렸다. 7시30분 경에 87번을 올려서 계속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 sbarro에서 스파게티 하나 먹고 10시 30분까지 달려서 암스테르담이라는 조그마한 도시의 베스트웨스턴에 숙소를 잡았다. 원래 더 빨리 숙소를 잡으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다. 올라오면 올라올수록 낼 갈 길이 짧아지니까 좋은 셈이다.
차에서만 주욱 보냈지만 어찌 오늘을 잊으랴. 내가 언제 다시 맨하탄에서 차를 운전해 볼까? 관광으로 놀러와도 불가능한 일이겠지. 담에 오면 꼭 뉴욕의 야경과 자유의 여신상을 봐야지. 그리고 너무 계획도 없이 놀러 온 것 같다는 후회가 팍팍 되는 하루다. 누군가 뉴욕이나 워싱턴을 여행한다면 꼭 각 도시마다 하루씩은 있어야 한다고 추천해야겠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