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금연] 담배없이 살기 1주년.

에를렌 2006. 12. 7. 23:40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작년 12월에 17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왜 1월도 아닌 12월에 끊었을까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냥 끊었을까요?

전 중학교 졸업할 즈음에 담배를 배웠습니다. 집안에서 아버지는 담배를 태우셨는데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 담배를 끊으셨고 할머니만 피우셨죠. 아련한 기억속에 아버지의 외투에 떨어져있는 담배지꺼기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 중학교시절, 다 그렇듯 할머니가 피시던 담배 한두번 훔쳐 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냥 호기심이죠. 담배피면 어떤 걸까? 맛있다는데 어떤 맛일까? 그냥 펴 봐도 별 맛도 없고 왜 피는지 전혀 몰랐죠.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친구네 시골동네에 놀러갔습니다. 거기서 동네 형들-친구의 동네 선배들-과 함께 어울려서 담배를 본격적으로 피우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친구랑 놀다가 친구가 묻더군요.

"xx야, 담배 펴봤나?"
"응, 한두가치, 할매꺼"
"거짓말",
"진짜다"
"그럼 하나 펴봐라."

그러면서 선배껄 꺼내서 한 개비 주더군요.
그래도 핀 경험은 있으니까 하나 폈죠. 할머니꺼 훔쳐 필때는 그냥 대충 빨다가 말고 버렸는데 친구앞이라서 그런지 쉽게 못끄겠고, 입담배를 조금 하다가 친구가,


"야, 그거 입담배 아이가?"
"아이다"

그러면서 쑥 들어마셨죠.

핑~~~~ 돌더군요. 아... 이건가?? 그 순간 느껴졌습니다. 담배와는 숙명이구나..

그렇게 배웠습니다. 친구 선배도 그냥 담배 피게 내버려 두었고, 그때 같이 그 친구네에 놀러갔던 친구들 중 많은 수가 담배를 피웠습니다. 아직도 피우고 있는 친구들이죠^^ 그때 술도 같이 배웠습니다만 술은 영 아니더군요. 술보다는 담배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담배가 고등학교 가서도 쭈욱 이어졌습니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실내/실외 화장실 가리지 않고 피웠고, 친구들이 피다가 남은 한모금 달라고도 해서 피우고 그렇게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쉬는 시간은 이어져갔습니다. 담배피는 친구들이 그래도 나름 많았었기에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이 가득차곤 했죠.

가방의깔창 아래에는 항상 담배가 있었습니다. 담배가 떨어지면 친구한테 구해오라고 하거나 화장실가서 달라고 하면 그냥 줍니다. 나름의 동지의식이 있는 시기죠^^

가끔 하교길에 담배가 떨어졌는데 없으면 학교앞 버스정류장에서 까치담배-2개피에 100원-를 사서 버스정류장 뒷골목에서 하나 피우고 버스를 타곤했죠.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배운 당구덕분에 담배는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저의 사랑스런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피워대다가 2학년때 선생님한테 바로 걸렸습니다. 화장실에서 걸렸는데, 보통때는 그냥 큰일보고 나오는척 하면 선생님들이 그냥 째려보고 보내주곤 하셨는데 그때는 친구랑 둘이 같은 사로에 들어가서 한 개피를 나눠 피우고 나오다가 딱 걸렸습니다.

남학생 둘이서 한 화장실에 들어가서 뭐하겠습니까? 그래서 교무실에 끌려가서 마이 맞고 몇시간 벌 서고 겨우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징계는 없었죠.

그러고 나서도 계속 피워댔습니다. 담배는 기호식품이다라는 철썩같은 신념을 가지고.

그러다가 3학년이 되었죠. 담배는 계속 피웠지만 다행인지 성적은 공부한만큼 나와주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담배를 끊으면 어찌 될까? 성적이 계속 좋아질까라는 일말의 기대로 45일 정도 끊었습니다만 똑같더군요. 그때가 이번에 끊기전에 가장 오래 금연한 기간입니다.-.-

그렇게 대학교 진학하고, 회사에 입사하고 하면서 담배는 기호품 이상이었죠. 담배피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담배 한개비에 싹트는 정을 느낄수 있었죠. 회사에서는 담배피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어울리기도 좋았었죠.

항상 신념은 담배는 기호품이다. 좋으면 피는 것이고 나쁘면 끊는 것이다. 대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는 나름의 신념으로 피웠죠. 그렇게 피다가 어느순간 보니까 하루에 30개비정도 피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15개 정도, 집에서도 그 정도 피웠으니까요. 일어나면 하나, 집을 나서면서 하나, 사무실에 가자마자 커피와 함께 하나, 이렇게 일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3개비 이상 피우고 있었죠. 그리고 매 시간마다 나와서 하나 또는 2개씩, 집에 와서 뭘하든 피워댔습니다. 말그대로 화장실에서 씻는 때를 제외하곤 담배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작년 중반까지 담배와 함께 살았는데 작년 여름즈음부터 몸이 너무 답답하다는 느낌과 함게 속도 아프지는 않았지만 답답하더군요. 그냥 온 몸에 힘이 없어지고.. 왜 이런거지. 그렇게 3개월 정도는 담배를 줄여가면서 살았습니다. 무조건 1갑 이하로 떨어뜨려서 살았지만 그래도 필만한 정도의 몸이라 끊을 생각은 안했죠.

그러다 11월 중순이 지나고 나서는 담배를 필때마다 배가 아팠습니다. 담배 연기가 뱃속으로 들어가서 나올때까지의 궤적을 그릴수 있을 정도의 통증을 느꼇습니다. 앗!! 이건 아니잖아.. 이렇게 아프면 안되잖아.. 그 통증을 한번 느끼고 나니 이제 계속 그런 겁니다. 언제 피워도 통증은 계속 되었습니다. 큰 병이라도 난 건 아닐까.

온갖 걱정을 하다가 작년 12월 들어서면서 결심을 했습니다. 끊자. 담배 맛도 제대로 못 느끼고 빨아댈 때마다 아프면 피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래도 바로 끊지는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한갑정도 피워오다가 갑자기 끊을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1주일 정도는 줄여가면서 끊자고 결심을 한겁니다. 첫날은 20개비에서 다음날 15개, 그리고 다음날 10개, 5개, 3개, 2개, 3개 그리고 끊었습니다.

배가 아파서 속담배는 거의 못했습니다. 그냥 뻐꿈담배로 그렇게 피운 겁니다. 마지막에 3개로 다시 늘어난 것은 스키장이어서 어쩔수 없더군요. 하얀 설원위에 서니 하얀 담배가 아른 거려서^^

다행인 것은 담배를 줄이는 중간에 조금 힘들었고 그외의 특별한 금단 현상은 없었습니다. 아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그런것 같더군요. 그래서인지 특별히 좋아진다는 것도 못 느꼈습니다. 17년동안 그렇게 피워댔는데 끊고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솔직히 화나더군요(__)

그렇게 담배를 그만 피고 난 뒤, 폐정밀검진을 포함한 종합검진을 받았습니다. 장에 궤양이 많다는 진단을 받고 수개월동안 약만 먹었습니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일년이 지났네요.

지난 1년동안 술자리에 가더라도 술은 최대한 자제하고 속병있다고 술을 거부했었죠. 회식이니 어쩔수없이 가긴 했지만 술보다는 담배때문에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셔야만 하는 자리에 가서는 어쩔수 없이 마셨고, 담배도 하나씩 피곤 했습니다만 올 여름부터는 그마저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셔도 담배생각이 안납니다. 그리고 당구도 접고 있었는데요즘은 다시 치고 있습니다. 당구보다 담배를 먼저 배운 탓에 담배없이 당구를 어떻게 치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괜찮더군요^^

담배 끊고 나서 애연가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건강할 때 많이 피라고, 필 수 있을 때 많이 피우라고, 담배 필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또 다시 1년을 담배없이 살수 있도록 노력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