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토요타 사태를 보며..

에를렌 2009. 10. 26. 23:14

캠리의 상륙으로 온 자동차 시장이 난리가 난거 같습니다. 보배도 그렇고, 왠만한 자동차 커뮤티티들어가면 온통 캠리 이야기입니다. 거의 모든 게시판, 특히나 남성비율이 높은 게시판들마다 캠리 이야기가 페이지 넘어가기 전에 꼭 하나씩은 있습니다. 물론 저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어느 네티즌의 한줄 코멘트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국산이 일본제품한테 밀린다는 소리 듣고..
한국사람들이 반기는건 독립후 최초일거다.. 현대 니덜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얼마나 현대가 한 행태가 미웠으면 이럴까요?

우리에게 일본은 꺽어야 하는 나라, 상종해서는 안되는 나라, 바다에 가라앉아버려야 하는 나라입니다. 근데 왜 이렇게 일개 자동차회사의 상륙이 이슈가 되는 것일까요?

도요타는 뭔가 특별한 것인가요? 혼다, 니싼, 미쓰비씨도 들어와 있습니다. 왜 토요타인가?

어렸을 적, 부모님도 그렇고 일본산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이 항상 있었습니다. 물론 거기에 부합하는 물건들을 만들어냈던것도 사실입니다. 좋은 물건을 제값에 산다는 뿌듯함이 일본산에는 있었습니다. 그 정점을 이제 자동차회사인 토요타가 찍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니의 옛 영광을 이제 토요타가 이어갈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본제국주의는 경기를 일으킬만큼 증오하지만, 일제-japan made-에 대해서는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 보면 이번 토요타 사태가 결국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차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기술은 혼다나 니싼이 더 낫다고 하지만, 결국 일본의 감성을 실어나르는 것은 토요타라는 것입니다.

이미 내년 3월까지의 물량 예약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 말은 그 전에 물량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제가 도요타 사장이라면 제반시설-영업망, 서비스 센타-등의 충분한 확장없이는 더 이상 수입확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토요타를 겪어본 많은 한국사람들-특히 미국에서 유학이든 파견이든 업무든 체류한 사라들-은 이미 토요타에 빠져있고, 주변에 강력히 추천하고 있을겁니다. 널려있는 소나타나 그랜저 사느니 캠리로 가라, 가격은 그랜저 살 돈이면 캠리 뽑고도 남는다, 캠리는 그 흔한 택시도 없다. 그러면 단순합니다. 저라도 서울에만 살았다면 혹하고 넘어갈 겁니다.

가격대가 등록까지 해서 4000이하로 가능하다는 건, 렉서스와의 가격간섭은 이미 없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렉서스 사겠다는 사람은 캠리를 살 일이 없다는 것이고, 주로 낮게는 소나타, 그랜저, 높게는 제네시스 오피러스를 찾던 사람들이 한번 더 둘러보는 차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국산차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것이고, 그 파이가 커져가는 추이를 봐서 차종의 확대, 트림의 다변화로 반도공략을 표면화 하겠지요. 그때까지 현대가 제대로 대응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줄어든 자원으로 본토에서의 전쟁에서 총알이 떨어져서 비실비실 하다 혼수상태에 빠지지는 않을지..

한국시장에서의 선전은 토요타로서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서포터를 두게 될 것입니다. 이유는 일본과 판이하게 다른 한국의 자동차 문화입니다. 일본보다도 좁은 땅덩이지만 차들 크기는 미국-호주 다음으로 큽니다. 커다란 세단을 선호하는 한국과 경차, 소형차를 선호하는 일본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서 관리를 한다면 토요타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겁니다. 어느날 일본보다 많이 팔리는 캠리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캐롤라의 도입은 향후 추이를 봐야겠지만 캠리의 성공이 확실해지는 시점에 이루어질것으로 보이고, 최상위 트림이 아닌 다양한 트림으로 들어올 걸로 보입니다. 아반테와 가격차를 최소화하면서 들어오는 캐롤라라면 이미 캠리로 길들어진 한국시장에서 안착할 가능성은 거의 100%일겁니다.

이제 현대와 기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은 품질입니다. 제돈주고 사는데 3년만에 하나씩 갈아야 한다면 결국 3년이 지나면 외면당하기 마련입니다. 다른 대안이 이젠 있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서비스입니다. 차량값에는 서비스 비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벤츠를 가지고 있는 후배랑 이야기하다가 딜리버리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뭐냐하면 정기점검-15000, 30000에 실시하는 무상점검-때엔 요청하면 벤츠 직원이 나와서 가지고 갔다가 점검을 마치고 다시 돌려주는 서비스 입니다. 와 좋다라고 했더니, 당연히 차값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당연합니다. 자동차 구매고객들은 그런 비용도 이미 지불하고 차를 사는 겁니다. 그런 돈을 주고 산 건데, 품질도 나쁜데, 서비스는 더 엉망이라면 더 이상 돌아보지도 않을 겁니다.

세번째는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지난 10년간 2배나 오른 자동차 가격이 지금의 캠리 사태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습니다. 소비자는 왜 오르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계속 샀습니다. 뒤로 들리는 이야기로는 부품납품회사의 원가를 후려처서 실제 제작단가는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근데 가격은 계속 올라갑니다. 떨어진 단가때문에 부품의 품질은 떨어집니다. 제작 단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가격의 하락을 가져와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가 된다는 것은 자돋차회사만 배부르고 있다는 겁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알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역차별? 해소 입니다. 간단합니다. 국내에 파는 차량과 해외에 수출하는 차량의 질적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법규상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고, 내수용에는 최대한 싸게 만들고 수출용에는 최대한 붙여서 보내자라는 판매전략입니다. 이건 경영방침과도 관련이 있으니 전략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사태를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내수용 차량에 대해서도 미국과 같은 품질과 사양으로, 같은 서비스 기간으로,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그 가격이어도 사겠다라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애국자들입니다. 그런 조건에 판매해도 미국에서는 죽을 쑤는 차들인데도 말입니다.

결론으로 토요타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며, 국내 메이커들에게 또다른 숙제를 안겨준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내년 이맘때에 과연 웃고 있는 자동차 회사는 누구일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과연 우리도 웃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