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의 헐리우드 진출영화라고 기대를 모았던 작품, blood.
더구나 원작 애니메이션의 명성에 힘입어 더더욱 기대를 했던 작품, blood.
결국엔 피가 되어 버리고 말았나. 과연...
한줄 감상평은 전지현이라서 봐준다? 정도일까.
원작인 애니메이션을 최근에 다시봤다.
볼까 말까 하다가 상여시간이 너무 짧아서 부담없이 봤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음침한 기운과 언제 어떤 것이 튀어나올듯한 으스스한 분위기가 한층 기괴하면서 공포를 끌어올리는 묘하고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전체 CG로 처리했다는 애니메이션인데도 실사영화 못지않은 리얼리티를 느끼게 해주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이게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끝날때까지 헷갈린다. 등장인물들은 전부다 만화인데도 말이다.
그 원작의 명성을 이어받아 제작이 시작된 영화 블러드에 대해서 아는바가 별로 없었다.
오로지 전지현이 주인공 이었다는 점과 원작이 "blood:The last vampire"라는 전대미문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뿐이다.
그리고 영화개봉,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식과 한숨, 망했느니, 졸작이라느니 말이 많다.
원작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 주인공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 아니면 3000만 달러나 쏟아부었다는 자본에 대한 기대였는지 모르지만 어쨓든 실망과 아쉬움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빈자리로 가득채웠다는? 말도 안되는 우스개 소리도 들리기도했다. 아직도 개봉중이라면 다행인듯할 정도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름 기대도 하지 않고, 마지막 히든카드를 받아보자고 콜을 외친 심정으로 극장에 갔다. 나름 기대도 있었다. 얼마나 못 만들었길래 이러나 싶어서.
극장에서 영화보는 내내, 그냥 아무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어라 그냥 볼만한데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했다. 내가 이 영화에서 기대하던 바가 연기자들의 출중한 연기력도 아니었고, 오밀조밀 잘 짜여진 치밀한 스토리전개도 아니었고, 심성을 자극하는 멜로도 아니었고, 인류사랑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는 휴먼드라마도 아니었다.
단지 즐기러 갔을뿐. 박쥐나 마더 같은 생각하는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제 잠깐 영화로 돌아가자. 왠 서두가 이렇게 길었나.
첫번째, 영화의 시작은 완벽하리만치 원작과 똑같다. 아니 원작을 그냥 썼나 싶을 정도였다. 전지현이 나오니 조금 다를수도 있겠다. 지하철 씬은 콜래트럴의 지하철씬과 맞먹지 않을까? 나름 착각도 해본다. 이 지하철 씬으로 원작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관객들 정신이 번쩍 들거다. 칼질 한번에 사람이 세로로 쪼개지다니. 허걱. 이건 진짜로 엽기적인 그녀아닌가?
그리고 나타난 에이전트들까지 거의 같다.
이후부터는 다르게 진행된다.
두번째, 원작이 더 좋긴하지만 영화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영화에서는 미군기지의 장군과 장군의 딸이 사야와 함께 중요한 일을 맡는다. 원작에서는 양호실 선생님이었는데 아무래도 임팩트가 약하다보니 어린 장군의 딸을 주인공의 파트너로 선택했다.
장군의 딸이 요괴들에게 잡힐 위험에 쳐한 순간, 우리의 전지현이 나타나 또 한번 칼은 휘두른다. 그러자 요괴의 머리가 댕강~~. 피 콸콸. 이건 슬래쉬무뷔다.
세번째, 장군의 딸이 진상을 파악하고자 검도선생이 있는 단골 술집에 찾아가지만 그곳은 요괴들의 아지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요괴로 변한건 아니고 좀비로 변한다. 하급 요괴들인가? 변신한 요괴들에게 쫓기는 장군의 딸, 결국은 전지현이 나타난다. 도대체 수를 알 수 없는 많은 요괴들을 칼 한자루로 다 쳐치한다. 액션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힘든 동작도 많아서인지 지현양도 힘겨워보인다. 적절한 모션스피드 조절, 카메라 앵글 조정, 줌인아웃의 적절한 선택과 내리는 비까지 절묘한 화면을 만들어 낸다. 나름 볼만하지만 그 씬의 마지막에 나타난 요괴는 참 할 말을 잊게 만들어주는 재밌는 형상이다. 이건 용가리가 되다만 이무기랄까. cg로 처리하다 만건가. 어찌하였건 볼만한 액션신을 보여준다.
네번째, 요괴 탈출씬은 원작에서 가져왔다. 비행장으로 도망간 요괴가 비행기를 탈려는 순간 한칼에 날려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피를 요괴에게 먹여 죽여버리는 잔인한 지현양.
다섯번째, 장군이 피살되는 장면을 본 장군의 딸이 도망쳐 지현을 만나지만 거기까지 쫓아온 에이전트와 한바탕 한다. 에이전트들은 죽고, 지현과 장군의 딸은 도망간다. 근데 무엇때문에 도망가는 거였지?
여섯번째, 에이전트들과 싸움에서 총상을 입은 지현, 장군의 딸이 피를 나눠줘서 살아나게 된다. 그리고 이쯤에서 나오는 회상씬. 왜 지현은 뱀파이어가 되었는가? 그것도 요괴만 사냥하는 뱀파이어가.
일곱번째, 넘버2 요괴가 쫓아온다. 나름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이다. 계곡에 떨어지는 장면도 리얼하다. 계곡사이에 낀 트럭에서 펼치는 전투도 볼만하다. 바위도 칼로 두조각 내버리는 여전사, 전지현!!
여덟번째,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황에 나타난 오니겐, 그녀와 막닥뜨린 지현 여기서 반전이 나오지만, 나의 반응은, 그래서? 그랬나? 그렇군. 정도였다. 기대하고 있어서 였을까?
아홉번째, 시작화면과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지현, 등에 예의 칼통을 차고 째려보면서 끝이난다.
Gianna가 지현의 영어이름이다. 신기한 이름이네.
절대 기대하지 말고, 탈을 쓰고 연기하는 듯한 요괴의 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지현의 힘겨운 액션에 실망하지 말고, 외국애들의 어설프고 어색한 연기에 낙담하지 말고, 영화표값 생각하지 말고, 천년전에 나왔을 법한 줄거리도 맘에 두지 않는다면 즐길수 있는 영화다.
근데 아직도 미스테리인것이 전지현양이 어쩌다 이 영화를 찍게 되었을까하는 점이다. 음...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를 봐오건데 의외의 선택이다. 전혀 여성스럽지 않고 발랄하지도 않고 깜찍하지도 않다. 그저 발칙한 뱀파이어만 있을뿐.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배우 장진영, 위암으로 사망 (0) | 2009.09.01 |
---|---|
세븐에서 나온 일곱가지 죄악 (0) | 2009.07.20 |
[영화] 마더 (mother) directed by 봉준호 ... 작성중 (0) | 2009.06.07 |
`박쥐` 박찬욱 감독 (0) | 2009.05.02 |
[감상기] 호타루 (반딧불이) (0) | 200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