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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 관한 단편들.

영화는 몇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미국-멕시코, 일본, 모로코 이렇게 세군데서 이루어지는 에피소드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는 지역들이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여러가지 매개체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멕시코, 아니 처음에는 미국이다. 어느 평온한 가정집, 히스페닉 계열의 보모와 아이들이 나온다. 애들의 부모인듯한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보모가 받고 아들이 이어서 통화한다. 그리고 보모의 아들의 결혼식때문에 멕시코로 넘어가야한느데 애들 부모들이 그때까지 못오니 계속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아들 결혼식을 연기할 수도 없고 궁여지책으로 애들도 데려가기로 한다.

조카가 멕시코에서 넘어와 보모, 애들 둘을 데리고 멕시코로 넘어간다. 그리고 아들 결혼식을 다 치르고 새벽에 다시 미국으로 넘어간다. 술 취한 상태로 새벽에 넘어가다 국경검문소에서 실랑이 끝에 음주운전때문에 조카는 도망치게 된다. 길이 아닌 곳으로 도망치다 보모, 애들만 사막에 남겨두고 조카는 사라져버린다.

하루밤을 사막에서 지낸 보모와 애들, 보모는 가까스로 순찰중인 경찰을 찾아 다시 멕시코로 추방되지만 애들의 모습은 영화상에서는 보여지지 않는다. 애들보고 사막에서 기다리라하고 자신은 지나가는 차를 찾으러 나섰는데 애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경찰의 말로 애들이 무사하다는 걸 알수 있다. 아주 운좋게 발견되었다는 것만...

두번째 에피소드, 모로코, 긴 물건을 헝겊으로 싸서 한 사내가 어께에 매고 간다. 황량한 땅에다 그나마 돌산들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살수 없을거 같은 동네다. 사내가 어느 집에 도착해서 메고온 물건을 풀어놓으니 라이플이다. 그리고 총알 300발. 총을 사는 집에서는 염소를 키우는데 가끔 자칼이 나타나 염소를 잡아가서 그 자칼을 잡거나 쫓을 생각으로 총을 구입한다. 돈은 반은 현금으로 반은 염소한마리로 지불한다. 염소가 이 동네에서는 아마 현금과 같은 가치가 있어보인다.

그렇게 구입한 총으로 아버지, 아들 둘이서 시범으로 사격을 해보는데 둘째 아들이 실력이 제일 좋다. 큰 아들은 자칼을 쫓을 수는 있을거 같다고 하고 둘째아들은 자칼을 맞출수 있을거 같다고 한다. 이게 왜 중요한지 나중에 알수 있다.

총을 가지고 나선 방목에서 두 형제는 총으로 장난을 한다. 처음에는 바위 맞추기. 당연히 둘째가 바위를 맞췄다. 그러더니 형이 이 총이 3km까지 나간다는데 사실일까 하면서 멀리 굽이굽이 휜 산골 길을 돌아오는 화물차를 겨냥해서 쏜다. 당연히 맞을리가 없다. 그러자 동생이 총을 뺏더니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관광버스를 향해 쏜다. 그래도 버스는 아무일 없듯이 간다. 상심한 두형제는 돌아서서 염소를 보려는 찰나에 버스가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맞은 걸까?

갑자기 겁이 난 형제들 염소떼를 몰고 서둘러 귀가한다.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형제들을 보고 염소들 다 굶겨 죽일거냐면서 집에 있던 형제의 어머니가 야단친다.

그리고 저녁, 마을에 나섰다 돌아온 아버지가 조금 늦게 들어왔다. 미국 관광객이 총에 맞아서 길이 막혀 늦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형제들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뀐다. 사실대로 다 털어놔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다음날 경찰은 전날 형제들이 내기한 그 언덕에서 탄피를 찾아낸다. 참 어디서 날아온지 어떻게 알고 찾았을까 궁금하지만-영화니까. - 그 탄피를 단서로 주변에 탐문 수사 끝에 주인공 가족에게 총을 판 사내를 찾아내서 심문한 끝에 문제의 가족을 찾아낸다.

그리고 여차저차 도망을 가던 아버지와 형제들과 경찰은 대치하게 된다. 둘째의 총격으로 총격전으로 전개되었지만 첫째의 사망으로 총을 부셔버리고 둘째는 항복한다.

세번째 에피소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가 사막의 간이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 다이어트 콜라를 시킨 아내의 말에 웨이터는 그런건 없다고 한다. 하긴 콜라가 있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의 황량한 땅이다.

그리고 관광객을 태운 버스 장면이다. 좀 전의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다. 서로의 화해를 뜻하는 듯 아내가 남편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스르륵 풀리더니 아내는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잠에 빠진다. 잠시뒤 유리창을 깨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아내의 어께에 구멍이 난다. 그리고 남편쪽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


네번째 에피소드는 일본이다. 특이하게도 일본이다.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일본이다. 한 벙어리 소녀가 나오고 그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최근에 아내인 소녀의 엄마가 자살해서인지 부녀관계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말을 못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무얼 할수 있을까? 서로의 대화도 힘이 든 상황이다. 말도 못하는 벙어리를 그리 좋아할 사람은 많이 없다. 여러 남자들이 유혹의 눈길을 주지만 벙어리란 걸 알고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오랜만에 만나서 즐겁게 놀던 남자에게 가장 친한 친구를 뺏긴 소녀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걸까?

아버지를 찾아온 젋은 형사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면 집으로 부른다. 그리고 어머니의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근데 형사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갈려는 형사를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하나도 걸치지 않은 누드로 형사에게 다시 나온 소녀... 그래도 형사는 거부한다. 해서는 안될거라는 형사의 도덕심때문에... 몸으로라도 소통하고자 했던 소녀였지만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다.

아파트를 내려오다 소녀의 아버지와 만난 형사가 몇가지 물어본다. 총에 대해서다 두번재 에피소드에 나왔던 총과 사진으로 이 아버지의 소유였던 총에 대해서 몇가지 물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녀의 엄마의 자살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소녀가 이야기한 베란다에서 떨어진게 아니라 권총 자살이었고 그걸 발견한 사람이 소녀라는 걸 소녀의 아버지는 형사에게 일러준다. 소녀는 그렇게라도 형사와 통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님 아버지와 통하고 싶었던 것일까?

집으로 올라가 아버지가 발견한 건... 베란다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체 서있는 소녀의 뒷모습... 그리고 그들은 포옹한다...

네번째 에피소드에서 간간히 보여주는 티비 화면에 미국 관광객 총격사건, 범인 검거, 그리고 병원 입원, 퇴원에 대한 뉴스를 다루고 있다. 시점으로는 네가지 에피소드중 제일 마지막이다. 아무상관도 없어보이는 지구 반대편의 미국관광객의 총격사건이 이 일본에서 건너간 총으로 이루어졌다는 연관성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미국인 부부의 자식들이 첫번째 에피소드의 남매라는 것, 총격을 가한 형제들이 그 사막의 형제들이라는 것 하나의 총으로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지만 정작 각 에피소드의 당사자들의 소통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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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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