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백야행의 한국판 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적는 영화평이 책평이랑 나란히 올라가다니..
백야행은 3권짜리 장편 일본 추리소설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에 하나이며, 일본에서는 드라마라도 만들어졌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는 없고, 영화만 있다.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과연 19년의 세월을 어떻게 나타낼까 걱정아닌 걱정을 했는데, 각색을 해서 15년으로 줄였다. 영화는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그대로 안고 간다. 소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적 흐름으로 사건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현재-과거를 수시로 오가는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막히고, 엉키는 것 없는 깔끔한 편집이다.
책을 일고 나서 본 영화는 역시 다르다. 더구나 백야행처럼 주인공들의 감정이 제대로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면 아, 이 영화 뭐야? 라고 하고 말 것같다. 미호와 요한의 감정의 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영화 읽기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나머지 등장인물은 들러리일뿐.
영화와 소설의 시작은 같다. 외딴 곳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범인은 내연녀라고 추정하지만, 머잖아 그 용의자마자 자살하고 사건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거기에 깔린 복선이 너무나 아프다. 책에서는 범인이 누군지 한참 후에야 밝혀지지만 영화에서는 첫번째 교차 scene에서 바로 누가 주인공인지 나온다. 사랑을 나누고 있는 여자주인공과 그녀의 어둠을 가는 남자 주인공의 살인 행위가 교차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14년전의 살인사건... 이렇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들의 여정을 담아낸다.
손예진이 연기한 유미호의 역할은 나쁘지 않았다. 의도한 어설픔이 느껴질 정도로 연기는 어색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지만 손예진이 할 수 있는 최대한 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상 오버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듯하다. 고수가 한 남자 주인공역은 그렇게 잘 생긴 애가 그런 역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류승범이나 양동근이 해도 잘 어울릴듯... 원래 말이 많이 필요한 역할이 아니고, 보여줄 것도 많이 필요한 역도 아니다. 그냥 뽀대있게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었을까? 그래서 고수를 낙점했을까? 고수의 연기가 아니다라는 것이 아니고, 손예진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나레이터는 한동수 역을 맡은 한석규다. 영화를 이끌고 있다. 14년전의 사건 담당자이면서 다시 사건을 쫓는다. 사실 소설에서는 계속 이 사건 주위에 맵돈다. 그리고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비중이 높은 역할이다. 어둠을 걷어낼려고 했으나 결국은 영원한 어둠으로 빠뜨리고 만다. 아들이 그랬고, 요한이 그렇다. 원래 소설에서 없는 형사의 아들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대한 복선과 한형사의 집착에 대한 동기부여로 말이다.
첨부터 끝까지 재밌게 본 영화다. 어슬프다고 느껴지는 연결도 있고, 연기도 있지만, 소설과 영화를 교차로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와 소설의 감정을 얼마나 영화에서 잘 살리느냐를 보다보니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도 그리 길지도 않았다.
백야행..
"줄곧 나는 하얀 어둠 속을 걸어왔어. 태양 아래서 걸어보는 게 내 유일한 소망이야"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
나에겐 태양이나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는걸까? 나도 하얀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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